나는 요즘 잠을 자겠다는 건지 노래를 듣겠다는건지
하나도 제대로 못 할꺼면서 꼭 노래를 들으면서 잠자리에 눕는다

어제새벽에 분명히 나는 soda fountain rag을 무한반복하고 있었는데
요새들어 부쩍 새벽댓바람부터 짖어대는 옆집 강아지의 울음소리에 깨어보니
흘러나오는 노래는
속좁은 여학생.

그래서 간밤에 꾼 백일몽은 꽤나 달짝지근하면서도 시원섭섭하게 흘러갔던걸까

나는 키스도 제대로 못하고 손도 수줍게 잡고 얼굴 한번 쳐다보지 못했다
이 모든게 꿈 속에서조차 날 불편하게 만드는 '이건 꿈일뿐' 이라는 자각에서였다.

꿈인데 뭐가 어때. 시원하게 해버리면 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중천에 뜬 햇님과 함께 분주하게 이곳저곳에서 살랑거리는 바람 앞에서
아이고 서운해라 다시 나를 꿈나라로 데려다줘 푸념을 늘어놓을 순 없는 노릇.

꿈은 꿈일뿐.

이제 꿈속에서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이 처지는 비단 나의 위치가 백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일단은 그렇게 부인해본다.

꿈자리도 제대로 맘놓고 즐겨볼 수가 없는 오월의 마지막 날.

왓더헬 이게 인생이라면 굽신거리며 살아봐도 나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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