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우리랑 보낼꺼지?
생일선물 뭐 가지고 싶어?
생일에 어디서 볼까?
생일에 뭐할래?


이런 관심 이런 집중 나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이틀전 나보다 더 들떠있는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그냥 나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사실은 사라져버릴래 라고 하려다가 걱정할까봐 말하지 못했다.)

난 받는 게 익숙하지 못하다.
아무래도 주는 편이 더 행복하다. 내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그 편이 훨씬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무언갈 받는다는 건 나도 그 사람도 불행하게 만들고 만다.
누군가 내게 무언갈 줄때 그 사람은 행복해 할 내 모습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실제 눈으로 목격되고 나면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헌데 나는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방은 나로 인해 불행해진다. 그리고 나도 그로 인해 불행해진다.
고맙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낯간지러운 말이기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얼버무릴 수 있겠지만
사실 내게 고맙다는 말은 평생일 수 없는 행복의 끝을 알리는 일종의 알람처럼 작용한다.
그렇다면 고맙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세상에 나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꺼야!"라는 환희에 가득찬 표정과 몸짓으로 대신할 수 있지 않냐 묻는다면. 고맙다는 말이 뻐꾸기 시계의 뻐꾹알람이라면 이것 또한 내겐 미약하지만 신경은 쓰일대로 쓰이는 삐비빅 울어대는 손목시계 알람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행복하지만 언젠가 도래할 행복의 끝이 무서워 행복하다고 말도 표현도 할 수 없는 내 신세.
난 충분히 행복해하고 있으니깐 거기 누구 내 마음좀 헤아려줄 수는 없는건가요? 내 대신 아람이는 많이 행복해 하고 있답니다 라고 말해줄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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