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단지가 1호선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에 내려 신천지웨딩홀 하차.
작가생활 청산 후 첫 면접.
weird interview ever!
어젯밤 알 수 없는 진동과 모터소리에 밤새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남친에게 앙탈.
면접후에도 같은 앙탈.
봉천에서 남친과의 만남.
평소같았음 먹지도 않았을 콩비지찌개를 선택.
맛없게 배부르기.
역시 그래도 너와 함께라서 행복해.
남친을 학교로 보내고 버스 승차.
썅. 신림으로 가고 있네.
버스를 잘못 탄 걸 확신했을때는 이미 십여분을 흘러흘러 왔음.
길을 건너 제대로 된 버스 탑승하려고 버스안내표지판을 훑어보니 우리집 버스정류장까지 다이렉트행 9-3이 있네.
정신이 팔려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옆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9-3
썅
"사당 가죠?"
물어보는 버스마다
"돌아갑니다"
썅.
방금 잘못 탔던 버스가 유일하게 돌아가지 않는 버스인데 저걸 탔다가는 환승할인혜택은 커녕 방금 전의 십분여간의 쪼다같은 나를 상기시킬 것이 뻔하므로
결국 9-3을 기다리기로 결심.
'너와 함께라면 그 어디가 천국. 너 없인 어디라도 지옥. 난 방금 버스를 잘못 탔다'
라는 표면상으로는 감동백만배 사실상 내 인생은 시궁창 오늘은 머피의 법칙 그러니깐 나 잘못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이자 압박이 잔뜩 내포되어 있는 문자를 남친에게 보내니 남친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I Love you."
역시 너는 내 인생의 햇살
9-3을 탔음에도 확인사살
"사당 가죠?"
사당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확인질문까지 해보이며 이번에는 똑부러지게 제대로 가고 있다는 마음에 내 자신이 기특.
사당을 지나 과천을 지나 인덕원.
내 버스 정류장에 도달 벨을 누르고 기다려 서있는데
젠장.
그냥 지나치고 있네.
나는 실신한듯 웃으며
"아저씨 안 내려주실꺼예요?"
버스정류장을 조금 비껴 지나왔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성질이 갑자기 치밀어 올라서
썅! 썅! 젠장!!!!!!!!!!!!!!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빨리 집에 가야겠다. 밖에서 더 서성이다가는 못 볼 꼴을 보게 될까 무서웠지만.
집에 들어가기는 더더욱 싫었다.
정체모를 그 진동이 어느샌가 또 슬그머니 시작될지 모르기에.
아무래도 참을 수 없기에 아랫집 아줌마에게 질문 시작.
"혹시 엊그제부터 밤새 전기제품 가동시키는 거 있으세요?"
"혹시 보일러를 키셨어요? 보일러 바꾸셨어요?"
그렇게 질문하고 있었더니 202호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합류.
그 아줌마와 나와의 사연은 얼추 비슷했고 드디어 나는 동지를 만난것 같아 그토록 기쁠 수가 없었다.
더더구나 우리 옆집 302호 개짖는 소리에도 이미 화가 치밀어오를때로 치밀러오른 상황도 나와 같았다.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들의 만남.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엊그제부터 이 진동을 느꼈고.
이 아줌마는 여름내내 느끼다가 얼마전부터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슈발. 셋이서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떠들어봤자 원인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
두 아줌마는 돈 벌어서 이사를 가던지 해야죠 하며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이사를 할 수 없다. 설령 이사를 갈 수 있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나는 여기가 좋다.
방음도 안되서 사생활이란 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오래되서 장마철엔 비가 새기도 하지만 13년 내 인생의 딱 절반을 살아온 이 곳을 떠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오늘 저녁 퇴근 후 남자친구가 생일선물을 주기로 했다.(힌트라면 작은 것. 반지보다는 큰 것)
누가 내 생일선물로 이 진동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보여줬으면 좋겠다.